어린 초등학생 시절, 나는 23살 언니, 20살 오빠를 한참 어른으로 바라봤다. 초등학생 때는 20살이라는 나이가 많고 또 언니와 오빠들이 다 큰 어른처럼 느껴졌다. 막상 내가 스무 살이 되고 나니, 나이만 먹었을 뿐 정신 나이는 어리다고 생각을 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매년 한 살씩 나이를 먹는데, 오히려 내면은 그대로 어린아이 같다는 생각에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사회인이 돼서도 ‘거절하지 못하는 나’, ‘자존감이 낮은 나’, ‘눈물이 많은 나’의 모습들이 버겁고 벗어나고 싶었다. 심리상담공부를 시작한 엄마의 추천으로 “수치심의 치유”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사실 수치심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인상을 준다. 창피하고 숨기고 싶고 쉽게 타인에게 말할 수 없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치심’이라는 이 한 단어가 나의 혼란스러운 느낌을 한 번에 이해시켰다.
저자는 수치심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건강한 수치심과 해로운 수치심이라고 말한다. 해로운 수치심은 우리가 우리 자신의 느낌을 부정하게 만들고 자신의 모습 대신에 다른 모습이나 행위로 자기를 위장하려 든다고 했다. 이 문단을 읽고 바로 깨달았다. “내가 해로운 수치심 때문에, 나 자신을 미워하고 내가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으로 행동하고 노력했구나. 그럴수록 내가 작아지고 내가 나를 미워했구나.” 20년이 넘도록 풀지 못했던 문제의 해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나이를 먹은 만큼 어른스러워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던 이유도 해답을 찾았다. 그 해답을 책에서 찾았다. 자기 자신이 채움을 받지 못한 부모들은 아이들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고 한다. 이런 부모 밑에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요구를 표현할 때마다 수치를 당하는데, 이는 아이들의 필요한 것들을 부모 역시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필요할 때에 채움을 받지 못한 아이가 자리 잡고 있어 늘 공허함을 느낀다고 한다. 더구나 아이의 필요가 채워지지 못해 후에 성인구실도 못 하고, 욕구가 미해결 상태로 남아 성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만족을 누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 책이 2030 세대부터 그들의 부모님 세대인 5060 세대의 필독서라고 말하고 싶다. 왜냐하면, 수치심의 가장 끔찍한 점은 세대 간으로 전수되어 가기 때문이다. 세대로부터 내려오는 숨겨진 비밀들이 가족을 병들게 하는 원천이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숨겨져 있기에 찾아내어 고치지도 못한다고 한다. 그들이 숨긴 이유가 수치스럽기 때문이다. 내가 낮은 자존감으로 수치스러움에 나를 사랑하지 못했던 이유가 우리 아빠가 그리고 엄마가 가지고 있는 수치스러운 일에 대한 고통과 슬픔이 무의식적으로 나에게 영향을 준 것이다.
“내 잘못도 아니고 네 잘못도 아니다. 단지, 우리는 이유를 몰랐을 뿐이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나쁜 수치심이라는 덩어리가 나와 너에게 붙어있어 그것들이 우리를 잠식하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관계를 망쳤던 것이라는 것을 사람에게 상처받고 있는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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